[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지난달 중국 복권 판매가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하는 등 경제적 불안감 때문에 ‘한방’을 기대하는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월 중국의 복권 판매액은 전년동월대비 62% 급증한 503억3000만 위안(약 9조4100억원)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4월 누적 복권 판매액은 전년동기대비 49.3% 늘어난 1751억5000만위안(약 32조7600억원)이었다. 4월 복지복권과 스포츠복권 판매액은 각각 30.3%, 81.8% 증가했다.
최근 중국 저장성 동부 이우시에서 노점상을 운영하는 한 남성이 2600만위안(약 49억원)의 복권에 당첨됐다며 자신의 노점상을 부수며 기뻐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의 복권 판매 호조가 최악의 청년 실업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중국의 청년(16∼24세)실업률은 4월 20%를 넘겨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58만명의 대학 졸업자들이 쏟아지면서 취업난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인터넷 회사에서 콘텐츠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28세 여성 프레디 샤오는 실직에 대한 걱정 때문에 복권을 구입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그는 “100만달러를 버는 것은 100만달러를 따는 것만큼 쉽지 않다”며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복권을 샀다.
칭다오 대학 경제학자 이시안룽은 “젊은이들은 약간의 돈으로 하루 아침에 엄청난 부자가 되길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복권 가게에 가기 때문에 경제적 불확실성과 복권 판매액은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집권 후 도박을 금지해 왔지만 재원 확충을 위해 1987년과 1994년에 각각 복지복권과 스포츠복권을 발행했다. 중국은 전용 복권 매장과 슈퍼마켓, 주유소, 우체국 등에서 복권을 실물 티켓 형태로 판매한다. 중국 복권 시장 규모는 2018년 4000억위안(약 74조8000억원)을 돌파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